굳이 심리학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동창회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친구가 어느 날 예고 없이 나타난다면 모두들 '왜 왔을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제기할 것이다.
동기와 정서는 우리가 왜 어떤 행동을 취하고 어떤 행동을 회피하는가를 설명한다. 동기와 정서는 각기 독립적으로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서로 상호작용하여 함께 어떤 행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시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긴장과 불안이 심해져서 심리적인 안정이 깨졌을 경우 이를 회복하려는 동기가 유발되어 긴장 완화를 위한 나름의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을 보면 다리떨기, 친구와 술 마시기, 주변이에게 짜증을 내기 등 사람마다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행동들은 모두 불안하고 긴장된 정서 상태의 표출인 동시에 긴장과 불안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불유쾌한 정서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동기의 개념
동기motivation는 유기체가 특정 행동을 일으키고 유지하게 만드는 요소이고, 행동의 방향과 강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사람을 특정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내적 과정이다. 사람이 어떤 동기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 다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하고 같은 행동이 다른 강도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서로 달리 행동하는가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동기 개념이 중요하다.
동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때로 혼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하게 동기와 구분되는 개념으로 욕구와 추동이 있다. 욕구는 바람직한 신체적, 심리적 상태에 도달하고자 하는 소망을 의미하고 바람직한 상태와 현재 상태의 차이를 반영한다. 욕구는 바람직한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초동을 유발한다. 그래서 욕구도 유기체가 행동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행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방향성 또는 목표지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서 동기와 차이가 있다.
추동은 욕구에 의하여 유발된 심리적 긴장과 각성의 상태로, 그 긴장을 해소시킬 수 있는 행동을 하도록 한다. 예시로 제출 마감일이 지난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고 밤새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을 했을 경우에 음식물과 수면의 결핍 상태에 놓인다. 음식과 잠에 대한 욕구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욕구는 신체 항상성을 깨뜨리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긴장을 유발하고 그 추동을 감소시켜 주는 행동을 하도록 동기화시킨다. 배고프고 졸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에 따라 라면을 끓여먹고 보고서의 결론을 완성시키지 못한 채 잠들 수 있다. 하지만 배고프고 졸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보다 보고서를 빨리 완성하여 성적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동기가 더 강하면 끝까지 보고서를 완성할 것이다.
욕구, 추동, 동기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일으키지만 특정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의 근언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입장은 연구자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를 본능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학습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동기 이론
본능 이론
인간의 행동이 학습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득적인 프로그램인 본능에 의하여 일어난다고 본다. 본능 이론은 진화론의 영향을 받아 주로 1800년대 말부터 행동주의 심리학이 나타나기 전까지 대두되었고 윌리엄 제임스와 윌리엄 맥도걸이 본능 이론을 지지한 대표적인 심리학자이다. 이들은 인간의 행동 가운데 많은 부분이 이성이나 의지 같은 정신적 요소들보다 본능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하였다. 진화론에서 출발한 만큼 동기에 대한 생물학적인 관점과 결을 같이 하는데, 심리학보다는 생물학의 한 분야인 동물행동학에서 종-특유 행동을 설명하는데 주로 인용되고 있다.
제임스는 모든 행동을 본능으로 설명하려 하지는 않았고 본능적 행동은 반사 행동과 학습된 행동의 중간 위치라고 보았다. 인간의 본능 중에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것도 있지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본능도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본능은 경재심, 호기심, 놀이, 질투, 겸양 등이 포함되어 있다.
맥도걸도 인간의 어떤 행동들은 인종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본능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능은 특정 자극을 선택적으로 지각하는 경향과 그 자극을 지각했을 때 일어나는 정서적 흥분, 목표를 추구하려는 경향의 활성화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 맥도걸은 어떤 행동이나 대상은 정서적 흥분을 일으켜서 목표 지향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고 했다. 목표 지향적 행동을 일으키는 본능적인 성향에는 음식물을 추구하는 경향, 혐오 자극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경향, 성적인 본능, 호기심 등이 포함된다.
본능 이론은 인간 행동의 동기를 설명하기보다는 단순히 여러 가지 종류의 동기를 구분하고 이름을 붙이는 데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다.
추동 감소 이론
생리적 욕구가 생기면서 신체가 각성 상태에 놓인다는 추동을 경험하면 그 상태에서 벗어나 추동을 감소시키려는 동기가 발생하여 동기에 따라 특정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 추동 감소 이론이다.
인간의 행동이 언제나 긴장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동기화되지는 않는다. 또 배고픔이나 목마름, 고통 회피 같은 생존 욕구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으로 추동 감소 이론은 비판을 받는다.
욕구 위계 이론
인본주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는 인간에게 여러 종류의 욕구가 있으며 그중 어떤 것은 다른 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 한다고 했다. 욕구의 우선순위를 욕구위계라고 하고 그 중 가장 일차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기본 욕구는 역시 생리적 욕구이다. 생리적 욕구는 생명유지를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로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반면 욕구 위계의 가장 상위 단계 자아실현의 욕구는 생명유지에 필요한 것은 아니며 모든 사람에게 다 중요하지도 않다. 그러나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나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하여 생명의 위협에도 불고하고 단식을 하거나 고행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위계의 하위 단계에 있는 욕구가 먼저 충족되어야 상위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훗날 매슬로 본인도 상위 위계의 욕구와 생물학적 욕구는 서로 독립적이어서 생물학적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상위 수준의 욕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
자기실현 욕구 - 자기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구
⬆️
자기 존중 욕구 - 스스로에 대한 존중감, 성취감, 유능감, 독립성에 대한 욕구. 타인의 인정과 존중을 받고자 하는 욕구
⬆️
소속감과 애정에 대한 욕구 -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고 함께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
⬆️
안전, 안정 욕구 - 세상이 잘 구조화되어 있고 예측 가능하다는 느낌. 안정, 안정을 추구하는 욕구
⬆️
생리적 욕구 - 배고픔, 목마름 등 생리적인 욕구
대규모 이론의 퇴조와 소규모 이론
본능이나 욕구, 추동과 같은 보편적인 개념을 기초로 동기를 설명하고자 했던 초기의 이론들은 기본적으로 유기체가 비활동적이고 수동적인 상태에 놓여 있다는 가정에서 시작했다. 따라서 이런 이론들은 유기체가 비활성 상태에서 활성 상태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가를 밝히려 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면서 인간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항상 기초적인 활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존재라는 입장으로 바뀌었고 동기와 관련된 물음이 달라졌다. 무엇이 인간을 활성화시키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사람마다 활성화의 방향과 강도에 차이가 나는가라는 물음으로 변화했다.
인간의 행동 전반을 설명하려 하기보다는 인간 행동의 특정 측면에 동기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설명하는데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사회심리, 생리 심리, 발달심리 등 각 영역에서 다양한 소규모 이론을 만들었고 응용 영역별로 더 실질적인 동기 이론들이 출현했다. 그 결과로 소비자의 구매행동, 다이어트와 폭식, 운동과 스포츠, 리더십, 근로자의 작업 수행, 교통안전 행동, 학습과 교육 등의 분야에서 동기에 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심리학의 연구방법 (0) | 2022.05.30 |
---|---|
동기의 유형, 동기연구의 활용, 동기 강화 (0) | 2022.05.29 |
발달 이상/장애, 발달과정의 단계별로 살펴보기2 (0) | 2022.05.28 |
발달 이상/장애, 발달과정의 단계별로 살펴보기1 (0) | 2022.05.28 |
활동 지향적 심리치료 (0) | 2022.05.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