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적, 관계지향적 심리치료의 접근은 주로 현상학적 또는 인본주의적 흐름을 따르고 있는 방법들이다. 심리학에서 현상학적인 흐름은 실존주의 철학의 흐름과 함께 개인의 주관적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 정신분석이나 행동주의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결정론에 반대하여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하기 때문에 심리학의 제3 세력이라고도 부른다. 칼 로저스에 의하여 개발된 인간 중심 치료와 프릿츠 펄스에 의하여 개발된 게슈탈트 치료, 실존적 심리치료 등이 이에 속한다.
경험적/관계 지향적 심리치료
인간중심치료
전에는 내담자 중심 치료라고 불렸던 인간 중심 치료는 1940년대 초 로저스에 의하여 개발되어 그 이후 꾸준히 발전되어 온 치료법이다. 부버의 철학과 랭크의 치료 사상에 영향을 받은 로저스는 1942년 <상담과 심리치료>를 발간하여 그 시대 중심을 이루던 정신분석이나 지시적 상담과는 다른 치료적 입장을 표명하였다. 여기서 로저스는 치료자의 온화함과 반응성, 감정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분위기와 아무런 강압을 받지 않는 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비지시적 상담을 제안했다. 그 이후에 1951년 발간된 <내담자 중심 치료>를 계기로 부정적이고 협소한 의미를 갖은 '비지시적'이라는 말에서 내담자 중심이라는 말로 치료의 이름이 바뀌었다. 1974년에 로저스와 동료들은 그들의 접근법의 이름을 다시 '인간 중심'이라고 바꾸었다.
라스킨과 로저스는 인간 중심 치료에서 가장 근본적인 개념은 신뢰라고 했다. 이들은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의 실현화 경향을 전제로 개인과 집단이 목표를 세울 수 있고 이런 목표를 향한 진전을 모니터 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치료한다. 운동의 초기에는 초점이 전적으로 내담자에게 있었지만 경험이 쌓여 감에 따라 내담자와 똑같이 치료자도 관계 속에서 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신뢰를 갖고 존중받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로저스는 치료자나 집단의 리더가 가지고 있는 신뢰는 성장을 증진시키는 관계에서 고전적 조건인 일치,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공감을 보충하는 또 다른 특성이라고 했다.
인간 중심 치료의 기본 개념을 대표하는 것은 상담 관계 내에서 치료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일치성,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 등의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로 인하여 내담자에게 성장을 향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심리치료가 넓게 보면 잠재적으로 능력이 있는 개인 안에 이미 존재하는 능력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보았다. 만일 제시된 조건들이 주어진다면 개인은 점차적으로 자기실현의 능력을 가지고 그가 내재화시켜 온 한계들을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다.
일치 또는 진솔성
일치는 치료자의 생각과 행동의 일치성을 말한다. 어떤 연기를 하거나 겉치레로 사람을 대하지 않고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순간의 느낌에 의존하여 감정이 변화하는 대로 그 흐름을 따른다. 치료 장면에서 치료자는 자신의 유기체적인 반응을 믿고 그런 감정들을 솔직하게 전달한다. 이러한 치료자의 자세는 내담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자원으로 사용된다.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
치료자가 내담자에게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존중을 보인다는 것은 치료자가 어떠한 경우에도 판단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치료자가 불필요한 탐색을 하지 않고, 내담자의 의견에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해석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치료자는 가능하면 내담자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진솔하게 수용하고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자기 이해와 긍정적 변화에 대하여 자원을 완전히 신뢰한다. 이런 관계에서 내담자는 이전에는 허용할 수 없었던 자신의 자기 개념과 불일치하는 내적 경험의 부분과 강하게 방어해 왔던 부분을 점차적으로 허용할 수 있게 되고 변화하는 자기를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공감적 이해
공감한다는 것은 내 담자의 의미와 감 정이 세계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 치료자는 내담자의 현상학적인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단순히 내담자의 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내담자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해야 하고 그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려고 시도해야 한다. 내담자가 느끼고는 있지만 아직 자각하지 못했거나 미처 언어화하지 못한 내용들을 치료자가 이해한 것대로 전달함으로써 내담자에게 스스로 자신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자기 개념을 확장시키도록 하게 한다.
인간 중심 치료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세 가지 태도는 내담자에게 효과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요구되는 필요충분조건이며 완전히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서로 관련을 맺고 있다. 치료자는 내담자에게 진지한 수용과 배려를 전달하고자 하는데 내담자가 그 배려를 느끼려면 치료자의 진솔성을 인식해야하고 이런 태도는 치료자의 정확한 공감적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치료적 관계에서 내담자가 이 세가지 태도를 지각하면 그의 긍정적 변화가 촉진된다. 내담자의 성격 변화는 자신의 내적 경험을 좀 더 많이 인식하는 방향, 자신의 내적 경험이 유동적이고 변화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향, 내적 경험과 일치하게 행동하는 방향으로 일어날 것이다. 로저스는 이 변화의 연속체가 경직된, 정지된, 미분화된, 무감각한, 비인격적인 심리적 기능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 변화 가능성, 유동성, 다양하게 분화된 반응성을 가지며, 깊이 소유되고 수용된 것으로 느껴지는 개인적 감정의 즉각적인 경험으로 특징지어지는 기능 수준이라고 정의했다.
현재 인간 중심 치료의 원리는 많은 상담자들의 지지를 받고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그밖에도 인간관계 훈련이나 소집단 치료 및 사회기관 내의 인간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실존적 심리치료
실존적 심리치료는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에 의하여 창시된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하여 유럽의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사상에 근거를 둔 몇 명의 심리학자와 저 신의학자들에 의하여 개발된 일종의 정신운동이다. 실존 치료자들은 프로이트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추동이나 행동주의자들의 조건형성, 융 학파의 원형 등이 모두 그 나름대로의 중요성을 갖고있다고 보았지만 그러한 현상을 경험하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를 의문갖었다. 실존치료자들은 무엇보다도 현대 문명의 구획화와 비인간화의 한복판에 살고 있는 인간을 재발견하는 것에 관심이 있고 이를 위하여서 심층적 분석을 한다.
실존주의 심리치료는 성격 구조의 역동적 모델을 가정하는 역동적 심리치료의 한 형태다. 실존치료자들은 내담자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무의식적인 실존적 갈등에서 야기된 불안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실존 치료의 대표적 인물 중 얄롬은 죽음, 자유, 고립, 무의미성이 인간 존재가 가지고 있는 네 가지의 궁극적인 관심사라고 주장했다. 개인이 이러한 관심사에 직면하게 될 때 실존적 갈등이 생겨나고 실존적 심리치료에서는 이러한 갈등에서 야기되는 불안을 다루는데 관심이 있다.
심리치료 분야에서 실존적 접근을 취하는 사람들의 공헌은 인간 존재의 핵심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끊임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시키려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죽음을 단지 공포의 대상으로 가 아니라 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긍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또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고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함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을 나타낸다. 이러한 철학적 바탕이 심리치료의 실제에 작용함으로 실존적 심리치료는 우리가 단지 인생의 수동적 희생자가 아니라 선택을 하고 우리 인생의 주요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심리치료의 실제와 원리에 관련한 체계적 언급이 결여되어 있다는 단점도 있다. 기법 지향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심리 치료 접근법과 구별이 된다. 고유의 기법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나 필요에 의하여 다른 접근의 기법을 자유롭게 활용한다.
볼드윈은 실존 치료에서는 치료자 자신을 치료에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하였다. 실존적 심리치료가 세 가지 단계로 개념화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발견을 이끌어 내는 창조적 과정이라고 했다. 초기 단계에서 내담자가 세계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가정을 확인하고 명료화하도록 유도한다. 중간단계 동안에는 내담자가 자신의 가치 체계에 대한 원천과 근거를 더 철저하게 탐색하도록 돕는다. 그러면서 내담자는 자신의 가치와 태도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내담자가 자신에 대하여 배운 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존 치료의 목표는 내담자가 검토하고 내면화한 가치들을 확실하게 적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게슈탈트 치료
1940년대 펄스에 의하여 창시되고 여러 사람들에 의하여 발전되어 온 현상학적, 실존적 치료 형태가 게슈탈트 치료이다. 게슈탈트 치료는 즉각적인 현재 경험을 더 명료하게 하여 자각을 증진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게슈탈트 치료는 자각의 확장, 책임감의 수용 및 개인의 통일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 접근법은 개인의 자기 안에 존재하는 양극성이나 이분법의 통합에 초점을 맞춘다. 치료자의 주 과제는 내담자로 하여금 지금, 여기에 존재함을 충분히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치료에서는 해석을 하지 않고, 내담자 스스로가 자기 행동의 의미를 찾도록 격려하며, 과거에 끝내지 못한 일을 현재 직접적으로 경험하도록 격려한다. 내담자들은 과거의 상황들을 마치 지금 여기에서 그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재경 험함으로 끝내지 못한 일을 다룬다.
지금 여기에서의 직접적 경험을 강하게 하고 양극적 감정을 통합하도록 하기 위해서 다양한 게임과 기법을 사용한다. 게슈탈트 치료의 모든 기법들은 실험으로 간주된다. 내담자가 더 많은 자각을 하게 하고 내적인 갈등을 경험하고, 자기 내부의 비일관성과 양분법을 해결하고, 끝내지 못한 일을 완수하는 데 방해가 되는 난국을 훈습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가 있다.
집중하기 또는 자각
가장 일반적인 기법으로 내담자가 자신의 자각에 집중하도록 도와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명료화하도록 돕는다. 자각은 순간마다 계속해서 발생하고 치료자는 자각의 연속체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이 기법의 원형은 어떤 식이든지 '당신이 지금 여기에서 자각하거나 경험하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것이다. 자각에는 욕구와 감정의 자각, 신체 자각, 환경 자각, 언어 자각, 책임의 자각 등이 있다.
빈 의자 기법
게슈탈트 치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법 중 하나이다. 흔히 현재 치료 장면에 없는 사람과 관련된 사건을 다룰 때 사용한다. 누군가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말하는 대신에 그 대상에게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것은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나 예상되는 미래가 지금 내담자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담자는 빈 의자에 투사되어 있는 상대방 입장이 되어 봄으로 상대방을 이해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자기를 더 쉽게 통합하게 된다.
자기 부분 간의 대화
성격이 대립되는 두 부분들의 통합을 이루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대화가 시작되면 내담자의 자기 부분들 간의 잠재적 갈등을 외현적 갈등으로 만들어 주어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드러나게 해 주어야 한다. 펄스는 무의식적 행동을 지배하는 성격의 두 부분을 상전과 하인으로 나누고 이 두 가지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머물러 있기
내담자가 자신의 미해결 감정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견디어 냄으로 이를 해소하도록 도와주는 기법이다. 내담자가 어떤 감정을 표현했을 때, 치료자가 '그대로 있어요'라고 지시하여 현재와 똑같은 느낌을 계속 갖도록 격려하면서 의식적, 자발적으로 느낌을 심화시키고 더 나은 성장을 할 수 있는 내담자의 능력을 키워준다.
이것들 외에도 게슈탈트 치료에는 유도된 환상을 시각화하는 방법, 과장하기, 직면, 자신의 전형적인 행동양식을 거꾸로 해보는 역전 기법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개인과 집단치료에도 모두 적용되면서 다양한 기법을 통하여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는 것을 자각하도록 도움을 준다. 내담자들은 그들의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성격의 인지적 요소를 가볍게 여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기법이 잘못 사용될 우려도 있다. 기법의 사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치료자와 내담자가 접촉을 통하여 자각을 향상하고 성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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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5 - [심리학] - 상담과 심리치료의 정의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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