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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집단역학, 대인 상호작용의 문제 연구

by Eggmoneyna 2022. 6. 8.

우리의 일상생활은 많은 부분이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심리학의 문제들 중에서 이러한 대인 상호작용의 문제를 연구하는 분야가 집단 역학이다. 사회심리학은 대인관계 상황에서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모두 집단 역학의 문제라고 볼 수 있지만, 집단 역학의 의미를 보다 구조화된 집단 속에서의 과제 수행이나 의사결정, 대인 갈등 등의 문제를 다루는 분야로 정의하여 본다. 

 

집단과 과제수행

사회적 촉진

 사람은 혼자서 일을 할 때보다 집단 속에서 일을 할 때 과제 수행의 능률이 더 증진된다. 트리플렛은 사이클 경주자들의 기록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선수가 혼자서 달린 경우보다 옆에 경쟁자가 있어서 함께 달렸을 때 기록이 더 좋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 발견 이후에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동일한 과제를 하는 사람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거나, 관객과 같은 타인이 단순히 곁에 있기만 하여도 과제 수행이 촉진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현상은 후에 사회적 촉진 social facilitation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사회적 촉진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는 타인의 존재가 사람의 긴장도를 높이고, 이것이 과제 수행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에 나온 연구들은 타인의 존재가 오히려 수행 능률을 저하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발견했다. 이것은 사회적 억제 social inhibition이다. 그렇다면 언제 촉진이 일어나고, 언제 억제가 일어날까. 그것은 과제의 난이도의 의하여 결정된다. 과제가 간단한 것이거나 익숙한 것일 경우에는 타인이 옆에 있으면 과제 수행의 능률이 오르는 사회적 촉진이 일어나지만, 복잡한 것이거나 생소한 과제인 경우에는 오히려 능률이 저하되는 사회적 억제가 나타난다. 타인의 존재로 인하여 증가된 긴장도는 쉬운 과제나 익숙한 과제수행 시에는 능률을 향상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반면에 복잡한 과제나 생소한 작업을 수행할 때는 능률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적 태만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집단 속에 묻혀서 과제를 수행하게 되면 개별적으로 할 때보다는 덜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작업 동기가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인데, 이것을 사회적 태만 social loafing이라고 한다. 사회적 태만 현상은 과제의 난이도와는 상관없이 일어난다. 자신이 작업을 얼마만큼 했는지 평가해 볼 수 없는 조건에서 일어나기 쉽다.

 

예를 들어서, 이사할 때 무거운 냉장고를 여러 사람이 들어서 나르는 경우에 각 개인은 자신이 얼마만큼의 힘을 들었는지 알 수 없다. 이럴 경우에 꾀를 부려 힘을 덜 쓰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작업량을 평가할 수 있는 상황에는 이러한 꾀를 부릴 수 없다. 따라서 한 손으로 들 수 있는 자그마한 상자들을 여러 사람이 나르는 경우에는 누가 몇 개를 날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서 이때에는 이러한 사회적 태만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집단의사결정

사람들이 집단을 구성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일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여럿이 모여서 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에서도 개인보다는 집단으로 할 때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래서 법률 입안이나 정책결정이나 사업계획 수립 등을 할 때에도 위원회나 심의회 등의 집단을 구성하여 좋은 방안을 모색하려고 한다.

 

그러면 과연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아서 나온 집단의 방안이 개인의 생각에서 나온 방안보다 항상 더 나은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이런 의문에 대하여 집단의사결정에 관한 사회심리학자들이 갖는 주요 관심 주제는 집단 구성원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합의에 도달하고 결정을 내리게 되는지, 집단이 내린 결정은 개인이 내린 결정과 다른지, 집단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유능하면 항상 훌륭한 방안이 나오는지에 대한 문제들이다. 

 

집단 극화

 모스코비치와 자발로 니는 대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사회문제에 대하여 집단 토의를 하게 하고, 그 문제에 대한 태도를 집단토의를 하기 전후에 측정하여서 변화의 방향을 알아보았다. 집단토의를 하고 난 후에 학생들은 원래 자신이 갖고 있던 태도를 더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를 보였다. 긍정적 태도를 가졌던 학생들은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였고, 부정적 태도를 가졌던 학생들은 더 부정적으로 되었다.

 

이런 현상은 집단 내 각 개인의 태도나 의견이 집단 토론을 하고 난 후에 본래의 입장 쪽으로 더 극단화되는 식의 변화를 보인다고 하여서, 집단 극화현상group polarization 이라고 말한다. 집단극화 현상은 흔하게 우리가 생각하기로는 집단토의가 구성원들 간의 태도나 견해차를 좁히는 데 공헌할 것이라고 보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 때문에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극단 이행

 스토너는 가상적 의사결정 상황에서 두 개의 방안을 준다. 이윤은 낮지만 안전한 사업과 이윤은 높지만 모험을 걸어야 하는 사업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과제를 피험자에게 주고 개인적으로 결정을 하는 경우와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았다. 결과적으로 집단적으로 결정을 하는 조건에서 모험적인 방안의 선택이 더 많이 나왔다. 집단적으로 결정을 하게 되면 개인적으로 할 경우보다 더 모험적인 방안을 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을 모험 이행 risky shiftf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나온 연구들을 보면 어떤 경우에는 집단 결정이 개인 의사결정보다 오히려 더 보수적인 방안을 택한다는 결과들도 나왔다. 이런 현상들은 나중에 극단이행extremity shift현상으로 불리게 되었다. 집단의사결정은 개인의사결정보다 더 모험적이거나 아니면 더 보수적인 극단적인 방안의 선택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 왜 집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면 더 극단적인 방안이 나오는 것일까. 이런 문제는 집단 극화 현상으로 설명이 된다.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토론을 하게 되면 구성원들의 태도나 가치는 기존의 태도나 가치보다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변하게 된다. 이처럼 태도나 가치가 더 극단적으로 변한 상태에서 방안을 선택하면 당연히 더 극단적인 방안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때 집단 구성원의 다수의 의견이 모험 지향적인 것이면 모험 이행이 일어나게 되고, 보수 지향적인 것이면 보수 이행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집단사고

 집단을 구성하여 토의를 하고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집단이 중간의 의견을 모으기 때문에 개인보다 더 나은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 구성원들이 유능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기대는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가장 유능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선의 집단이 최악의 방안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 집단사고 groupthink라고 불리는 이러한 현상의 대표적인 예가 1961년 미국이 쿠바의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시도했던 피그스만 상륙작전 계획이다. 이 작전의 계획을 위해 당시 케네디 대통령을 보좌했던 유능한 국방 전문가, 정치가, 학자 등이 모여서 토의를 했고, 쿠바의 국내 사정에 대한 정통한 정보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계획은 1400명의 상륙 부대 중 200명이 전사하고 1200명이 포로가 되는 결과를 낳으면 완전히 실패하였다. 집단사고의 다른 예로 일본의 진주만 기습에 대비하지 않았던 킴멜 제독, 중공군의 한국전 불개입을 장담했던 트루먼 대통령, 베트남 전쟁 개입의 실책을 범한 존슨 대통령 등의 경우가 있다. 

 

집단사고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집단 구성원들 간의 응집성이 높으면 구성원들의 만족도나 집단과제수행의 성과 등이 증진된다. 그러나 집단응집성이 너무 높을 때 몇가지 다른 조건들이 결합되면 이러한 집단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건들은 집단에 강력한 권한을 가진 지도자가 존재하는 경우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집단의 성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때, 시간적 여유가 아주 촉박한 긴급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등 이다. 이런 조건일때 높은 응집성을 가진 집단은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집단구성원들 간의 감정을 상함이 없이 만장일치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주된 노력을 기울게 되어서 집단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집단사고가 일단 형성되고 나면 집단 구성원들은 자기 집단이 결코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완벽한 집단이라는 신념을 갖게 된다. 나아가 만약 자신들이 내린 결정과 상반되는 내용이나 의견, 견해, 정보를 접하게 되면 그것을 무시해 버리거나 그것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등의 집단합리화 collective rationalization를 하게 된다. 또한 이들은 자기 집단이 능력 면에서도 우수할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러한 집단사고를 방지하는 방법은 먼저 집단구성원들 간에 상호 건설적인 비판을 허용하는 개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그 집단의 리더이다. 리더가 개방적이고 비판을 허용하는 분위기를 선도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안건에 대한 리더의 의견을 미리 밝히지 않고, 때때로 리더가 회의에 참가하지 않으며, 허심탄회한 토의가 이루어지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이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집단토론에서 비판자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방법을 쓸 수 도 있다.

 

또 집단을 여러 개의 하위집단으로 나누어서 각 하위집단이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한 다음에 각 하위집단에서 제안된 방안들을 종합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그리고 비록 집단이 합의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합의한 방안에 더 이상의 문제가 없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다시 모여서 그 방안을 재차 토론에 부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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