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각의 한 산물로 사람들은 상대방에 대해 호감이나 반감을 갖게 된다. 호감은 친교관계로 발전하고, 반감은 적대적 행동을 하게 만든다.
호감
호감이란 상대방에 대하여 갖는 호의적인 태도를 뜻한다. 호감은 사람들 간의 사귐의 전제조건이 된다. 물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다른 목적을 위하여 사람을 사귈 수는 있다.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조건들과 호감에서 출발한 사귐이 지속되거나 파경이 되는 과정에 관한 현상들을 살펴본다.
호감의 조건
물리적 근접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끼리 친해지기 쉽다.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 만날 기회가 자연스럽게 많아진다. 연구에 의하면 자주 만나게 되는 사람들끼리는 모든 면에서 서로 믿을 수 있고, 잘못을 해도 너그럽게 봐줄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 때문에 거리상 가까이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다. 얼굴이 익숙한 사람을 낯선 사람보다 더 호감이 가는 사람으로 평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서 가까울수록 자주 접하고 따라서 얼굴이 눈에 익게 되므로 더 쉽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사람을 자주 접하면 그 사람의 생활습관이나 기호 등을 잘 알게 되어서 그 사람의 행동을 잘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 대하여 행동의 예측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안심이 되고 긴장을 풀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는 것이 그 자체로 호감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주 만남으로써 상대방의 너그러운 행동 기대, 친숙성, 행동 예측 가능성의 기대 등을 높여주어 호감도가 증가되는 것이다.
유사성
연구에 의하면 태도, 종교, 가치관,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 끼리 호감을 더 갖게 되어 사귀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밝혀졌다. 태도,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자신과 유사한 태도나 가치관을 갖는 사람들은 곧 자신이 세상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수긍하고 찬성하는 사람들이어서 자신에게 보상적이기 때문이다.
서로 상반되는 특성을 갖은 사람들은 연구에 의하면 한 팀으로 활동하게 되는 경우에 그 활동이 상보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일 때에는 서로 잘 맞는다고 한다. 결혼에서 남녀관계나 직장에서의 상하관계 등과 같은 경우에 상보성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외모
얼굴이나 몸매가 잘생긴 사람이 타인으로부터 더 호감을 많이 받으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예측 가능한 것인데 많은 연구들이 이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한다. 또한 사람들은 잘생긴 사람에 대하여 그들이 다른 면에서도 좋은 점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잘생긴 사람은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사교적이고 지능도 높은 등 여러 면에서 유능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이 후광효과이다.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이성의 상대자인 경우에는 잘생긴 것 자체가 성적인 매력을 갖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동성이든, 이성이든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후광효과 때문일 것이다.
능력
사회심리학 연구들이 유능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호감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 한 연구에 의하면 능력이 적은 사람이 실수를 하는 것을 보게 되면, 그것으로 인하여 호감이 낮아지지만, 능력이 많은 사람의 경우는 실수가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있다. 유능한 사람일 수록 그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 때문에 호감을 갖게 되는 데, 그런 사람이 인간적인 사람이라면 필요한 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호감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사귐의 지속과 파경
호감으로 시작된 관계가 지속적인 사귐으로 바뀌는 과정을 사회적 침투라고 한다. 알트먼과 테일러는 사회적 침투과정을 '쐐기가 박히는 모양'에 비유하고 있다. 공유하는 생활영역이 넓어지고, 보다 깊은 비밀스러운 부분에 대해서도 조금씩 공개를 하게 되면서 두 사람 간의 관계는 점점 깊고 친밀한 사이로 된다. 역으로 말하면 사귐이 깊어짐에 따라 공유 생활영역이 넓어지고 자기 공개도 많아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비밀스런 부분을 상대방에게 드러내는 것을 자기 공개라고 하는데, 자기 공개가 되어야 친밀한 관계로 접어들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기 공개를 빨리 할수록 더 빨리 친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 의하면 자기 개방은 상호성에 입각하여 주의 깊게 상대방과 진도를 맞추어 가면서 할 때 사귐의 진전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너무 빨리 다가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보다는 불안과 경계심을 갖게 된다.
사귐을 지속할 것인가 아니면 끝낼 것인가에 결정하는 작용 요인은 티보와 켈리의 사회 교환 이론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어떤 사람과의 현재의 사귐에 대한 만족 여부는 비교 수준에 비해서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의 사귐을 지속할 것인지 끝낼 것인지의 결정은 대안 비교 수준과의 비교에 달려있다. 현재 사귐을 계속하는 것의 득과 실을 따져볼 때 아무도 사귀지 않거나 다른 사람을 사귀는 것 등의 대안에 비해서 더 낫다고 생각을 하면 현재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따라서 만족하지 않다 하더라도 더 나은 대안이 없으면 그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 반대로 이제 까지 관계가 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보다 더 나은 대안이 나타나면 현재의 관계는 청산하려고 할 것이다.
도움 행동
자기희생을 해 가면서까지 남을 돕는 것만큼 인간적으로 보이는 일도 없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나 인본주의 학자들이나 인간에게 이타적인 본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이 이타적 본성을 갖고 있는지 아닌지의 진위 여부는 증명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이라서 사실상 실증적 연구의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대신 사회심리학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도움 행동이 나오고 어떤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
도움 행동이란 자발적이며, 외적인 보상을 바라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행동으로, 그 행동의 결과가 실제로 대상인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물질적인 보상을 바라거나 외부적인 압력 때문에 남을 도울 수 있다. 또는 선한 동기로 남을 도와주려고 한 행동이 오히려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남을 도울 생각이 전혀없었는데 어떤 행동의 결과로 타인에게 도움을 준 꼴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는 도움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위급상황에서의 도움행동
키티 제노비스 사건
도움행동이 사회심리학자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끌게 된 계기는 1964년 미국의 뉴욕 시내에서 일어났던 한 노상 살인사건 때문이었다. 키티 제노비스는 바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는데,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자신의 승용차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어떤 남자가 칼을 들고 그녀를 덮치려고 했다. 놀란 그녀는 도와 달라고 소리를 치며 도망을 갔다. 강도가 뒤쫓아가 그녀를 잡아서 칼로 찌르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이때 몇몇 아파트의 창문에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창문 뒤에 숨어서 이 광경을 엿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 강도는 약간 주춤하여 물러섰으나 다시 달려들어 피를 흘리고 있는 그녀를 칼로 찔렀고, 결국 그녀는 살해당하고 말았다. 키티가 강도로부터 피습을 받기 시작해서 살해될 때까지는 무려 45분이나 걸렸고, 또 나중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소한 38명의 사람들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당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사회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왜 사람들은 어떤 때는 다른 사람들을 잘 도와주면서, 또 어떤 때는 전혀 개입하려 들지 않느냐는 것이 문제이다.
설명 이론
위급한 상황에서 주위에 도와줄 만한 사람들이 여러 명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것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책임감 분산 이론이다. 위급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만약 주위에 여러 사람의 목격자가 있다면 그들 각자는 주위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오히려 아무도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위급 상황 당시에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더 많이 분산되어 개인에게 돌아가는 책임감이 적어지므로 도움 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 라테네이와 달리의 연구에서 실증적으로 지지되었다.
또 다른 대안적 이론으로는 주변 사람들의 존재가 이 상황에 대한 해석을 모호하게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상황이 폭력 상황이 아니고 단순한 애인 간의 다툼인가 보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 개입을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상적 상황에서의 도움 행동
규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사회적 규범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응보의 규범일 것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이란 결국 무언가 득이 되는 것을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유지된다. 그래서 한쪽에서 상대방에게 아무리 잘해 준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것이 없으면 결국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끊어지게 된다. 굴드너는 사람들이 두 가지 응보 규범을 갖고 있다고 했다. '나를 도와준 사람에게는 도움으로 보답해야 한다.', '나를 도와준 사람을 해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응보 규범으로는 이전에 도움받은 일도 없고 또 앞으로도 도움을 되돌려 받을 기약이 없는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베푸는 일에 대한 설명이 어렵다.
버코이츠와 다니엘스는 사회적 책임 규범을 제시했다. 응보 규범이 일반화된 것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도 그럴 수 있는 위치나 입장에 처하게 되었고, 비록 도움받은 일이 없고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이 없는 낯선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을 보면 사회적 책임감이 생겨서 도움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빚진 느낌
사람들은 남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면 그로 인하여 빚진 느낌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빚진 느낌을 갖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감소시키려고 노력하게 된다. 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침으로 생긴 빚진 느낌을 피해자에게 도움을 줌으로 해서 덜어지는 것인지는 형평성에 대한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형평성이 기울어지게 되고, 이것이 불쾌한 감정을 유발한다. 그래서 이 불쾌감을 없애기 위해 형평성을 회복하고자 동기화된다.
이러한 기울어진 형평성을 회복하는 방법으로는 상대방이 그만큼의 손해를 입을 만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난을 가함으로써도 가능하고, 상대방에게 응분의 이득이나 도움을 줌으로써도 가능하다. 옛말에 '동물은 구해 주면 보답을 받지만, 사람은 구해 주면 해를 입힌다.'라는 말이 있다. 빚진 느낌이 너무 크면 이를 보답하려고 하기보다는 은혜를 준 사람을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의 빚진 느낌을 상쇄하려고 한다는 인간의 심리를 간파한 조상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말이다.
더 알아보기
2022.06.07 - [심리학] - 사회적관계 - 반사회적 행동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회영향 - 응종, 복종, 동조 (0) | 2022.06.08 |
---|---|
사회적관계 - 반사회적 행동 (0) | 2022.06.07 |
사회지각- 귀인, 태도 (0) | 2022.06.05 |
사회지각-인상형성 (0) | 2022.06.05 |
정서와 인지, 정서의 기능, 정서조절 (0) | 2022.06.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