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생각을 하지 않고 말을 할 수 있는가, 언어 없이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어와 사고가 어떤 식으로든지 연결되어 있고 이 둘을 떼어놓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어와 사고와의 관계에 대하여 학문적으로 고찰해 보면 이 둘 간의 관계는 상식 수준의 대답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언어와 사고와의 관계에 대하여 여러 견해들을 확인해본다.
행동주의자들은 언어와 사고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왓슨Watson은 사고는 발성이 수반되지 않는 말소리일 뿐이라고 했다. 사고는 개인이 발성을 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말하는 속말이기 때문에 언어의 한 형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스미스 Smith의 실험에 의하여 반박되었다. 스미스는 자신에게 큐라레를 주사하여 발성기관 근육을 마비시킨 후에 사고가 발생하는지를 실험했다. 스미스는 근육이 마비되어있어도 의식이 계속 깨어 있었고, 머릿속으로 계산도 할 수 있었고, 사람들의 대화도 기억할 수 있었다. 발성기관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사고는 여전히 가능했다. 이러한 결과는 언어와 사고가 동일하다는 왓슨의 생각에 반박하게 하였다.
언어와 사고와의 관계에 대하여 이 둘이 구별된다는 입장이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 가장 극단적인 관점을 취하는 촘스키나 포더 등은 언어의 단원성을 주장하였다. 단원성 이론에 따르면 이 세상에 대한 표상은 진화과정에서 형성된 생득적 구조, 단원에 의해 만들어진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입력 자극은 이미 존재하는 단원을 불러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불러내진 단원들이 입력된 자극의 표상을 창출한다. 포더는 이러한 단원이 유전적으로 미리 정해지고, 독립적인 기능을 하는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언어가 마음을 구성하는 독립된 단원 중 하나라고 했다.
촘스키는 특히 통사론의 단원성을 강조하며 언어 단원이 가지는 특징을 세 가지로 설명하였다.
-언어 단원의 특성을 결정짓는 원리는 다른 영역의 특성을 결정짓는 원리와는 다르다.
-언어 단원에 작용하는 원리들은 고유한 생물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언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격은 다른 영역 일반적인 학습원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언어가 독립된 단원이라는 주장에 대한 지지 증거는 신경 손상을 입은 아동들의 인지행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시로 윌리엄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정신지체를 보이는데, 특이한 점은 인지능력에서는 심각한 손상을 보이지만 언어능력에서는 별다른 결함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밖에 언어 능력과 비언어 능력 사이에 심한 대비 현상을 보이는 정신지체인 로라의 사례가 보고 되기도 하였다. 로라의 언어능력은 정신연령이 비슷한 정상 아동에 비하여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비언어 능력은 심한 손상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언어가 인지와는 분리된 단원이라는 증거로 해석된다.
언어와 사고가 구별되어 있지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주장이 있다.
언어와 사고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하여는 입장 사이에도 여러 다른 견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언어 상대성 이론이다. 언어 간의 어휘나 통사의 차이가 인지적 차이로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것이 올프Whorf가 주장한 언어상대성 이론이다. 영어에서 눈을 나타내는 단어는 하나인데 에스키모 언어에서는 눈을 지칭하는 단어가 여러 개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이런 어휘적 차이로 인하여 에스키모 인들은 영어권 사람들보다 더 많은 종류의 눈을 인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은 에스키모 인들이 눈에 대하여 여러 어휘를 가지고 있지만 영어권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눈을 지각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언어상대성 이론에 반박하였다. 또한 뉴기니어의 대니 족은 두 개의 색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흑백 이외의 다른 여러 색깔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 언어상대성 이론을 반박해 주고 있다. 하지만 언어에 따라 사고의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약한 입장의 언어상대성 이론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다. 예시로 색깔 어휘가 얼마나 자주 쓰이고 얼마나 부호화하기 쉬운지에 따라서 기억이 다라질 수 있다.
언어는 독립된 능력이 아니라, 인지발달의 결과로 나타나는 일반적인 인지능력 중 하나라고 보는 입장이 있다.
피아제이론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일반적인 인지가 발달하는 것과 같은 원리에 의하여 언어가 발달하기 때문에 감각 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의 인지발달 단계에 기초하여 언어에 대한 지식도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시로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에서 감각 운동기는 언어가 나타나기 전 단계로 이 시기 영아들은 상징을 사용하지 못하고 세계를 감각과 운동을 통하여 이해한다. 특히 이 시기의 아동은 대상 영속성의 개념을 가지 못하여서 어떤 물체가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면 그 물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감각 운동기 말기에 물체가 자신에게 보이는 것과 상관없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러한 대상 영속성의 개념이 아동의 언어발달에 기초가 된다고 한다. 감각 운동기 초기의 아동은 대상물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 존재하지만 내게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상물을 표상하는 상징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다가 대상 영속성의 개념을 갖게 되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대상물을 인식하게 되고 그것을 표상할 필요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시야에 존재하지 않는 물체를 표상하기 위하여 상징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이것이 아동이 사용하는 첫 단어가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상 영속성은 언어 습득에 필요한 선행조건이 되고 언어발달이 일어나기 위하여 인지발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인지 선행설로 집약된다. 인지 선행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인지가 언어에 선행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만 이 두 능력 간의 관계에서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형태의 인지 선행설은 인지능력을 획득하는 것이 언어 습득에 필요충분 조전이라는 것이고 인지능력이 없이는 언어능력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금 약화된 형태의 인지 선행설은 인지능력이 언어 습득에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요조건은 된다는 것이어서 언어가 일반적인 인지능력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인지능력의 습득이 특수한 언어능력에 필수적이라는 견해이다. 또 다른 견해에서는 언어와 다른 형태의 인지를 관장하는 제삼의 기제의 내재가 언어에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분류하고 범주를 묶고 규칙을 유추하고 위계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들은 여러 인지영역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능력이며 언어발달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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