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기억 현상
섬광 기억
에빙하우스가 망각곡선을 발표한 이래 장기기억도 급속하게 망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건이 일어난 지 몇십 년이 지나도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사고와 같이 충격적인 사건의 경우 그 소식을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던 중에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그리고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어떻게 느꼈는지 등을 세세하게 기억해내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기억을 섬광 기억이라고 부른다. 섬광기억 현상은 장기기억도 급속하게 망각된다는 일반인들의 생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섬광기억이 다른 기억과 질적으로 다른 기억이라고 보아야 할 근거는 거의 없다. 섬광 기억은 본인이나 주위의 다른 사람이 그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더 자주 되뇌고 반복적으로 인출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사진에 대한 기억
일반적으로 장기기억의 인출은 급속하게 감소하지만, 바릭은 고등학교 동창의 사진에 대한 기억과 외국어 단어에 대한 기억에서 예외적으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바릭과 동료가 1975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졸업한 지 34년이 지난 후에도 졸업사진에 있는 동창들의 90퍼센트 이상을 재인해내는 놀라운 결과를 보고하였다. 물론 한 번에 다 재인한 것은 아니고 이런저런 단서들을 사용해서 재인한 경우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는 놀라운 결과다. 그럼 왜 사진에 대하서 이렇게 기억을 잘하는 것일까? 아마도 단어에 비해 사진에는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부호화되었거나 다른 정보들과 정교화되어 부호화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40년이 지난 후에도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에 대해 많은 부분을 기억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들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과잉학습을 하고 분산학습을 한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기억을 잘하였다는 점이다. 이는 부호화가 잘 되면 그 효과가 지속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건망증
나이가 들면 젊었을 때 보다 더 건망증을 많이 호소하는데, 건망증은 왜 생기며 왜 나이가 들면 건망증이 더 많이 생긴다고 느끼는 것 일까? 그 이유는 우리가 기억을 하려면 부호화를 해야 하는데, 도식과 같은 관련 기억이 있으면 도식을 이용해서 부호화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해 주의를 적게 기울이고, 많은 부분을 생략해서 부호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일은 동시에 다른 중요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 더 두드러질 수 있는데,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건망증을 경험한 것을 기록하게 한 것을 정리한 바를 보면 그런 경우가 많았다. 즉, 무언가 더 중요한 일이 있고, 해당 사건이 익숙한 경우에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서 부호화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건망증을 경험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어심리학/언어 처리과정 (0) | 2022.05.10 |
---|---|
분석적 심리치료 (0) | 2022.05.10 |
발달 심리학/ 발달의 원리와 접근방법 (0) | 2022.05.10 |
심리학의 인간이해방법 (0) | 2022.05.09 |
심리학/개념과 분류 (0) | 2022.05.09 |
댓글